[데일리NGO뉴스 = 정부기관/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오늘(3일) 새벽에 떠나신 강희열 어르신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사진= 박선영 위원지장 SNS 캡쳐)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09년 1월 8일, 79세의 나이로 스스로 탈북했던 국군포로 강희열 어르신의 별세 소식을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알렸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 글을 통해 '생전에 연명치료도 거부하시고, 오늘(3일) 새벽에 떠나신 강희열 어르신...어르신이 그토록 원하셨던 아오지 탄광에 억류 중인 동료 포로를 한 분도 모셔오지 못 한 채 이승을 떠나시던 그 발걸음이 천근만근,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영정으로도 어르신을 뵐 면목이 없다. 염치가 없다. 이 한 恨을 무엇으로, 어찌 풀어드릴 수 있을까? 남아계신 6분의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을 잘 모시겠다는 다짐도 드릴 자신이 없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우리는 시대의 죄인이다'라고 토로 했다.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 SNS게재물 캡쳐
다음은 박 위원장이 게재한 내용 글 전문이다.
어르신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셨다.
바닷바람 속에서 지내던 1951년 3월 11일, 18살에 입대해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은 후 강원도 양구 5사단으로 배치됐다.
신병으로 어둥버둥 겨우 두 달 만인 1951년 5월, 어르신은 같은 부대원 전부와 함께 계선전투에서 북한군의 포로가 됐다.
인민군이 쏜 포탄에 한쪽 청력을 잃은 상태로. 그 후로는 이 세상의 어떤 단어나 글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포로생활을 64동안이나 해야 했다.
그 힘든 탄광생활을 그래도 견뎌낼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이 떠나올 때 '옷고름으로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잔상처럼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돌아가리라' 라는 다짐은 '떡탄'이라고 불리는 찰기 있는 흙을 캐서 씹어 삼켜 속을 다 버리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
삶의 유일한 기재는 바로 '어머님의 눈물' 이었다. 급기야 "예서 죽으나, 가다 죽으나, 이미 죽은 몸"이라 생각하며 2009년 1월 8일, 79세의 나이로 스스로 탈북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브로커 비용은 정착금을 받으면 갚기로 하고 떠나온 길, 비록 어머님은 돌아가시고 안 계셨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령 전역자로서 기회만 되면 동료 포로들에 대해 증언하곤 했다.
"제발 좀 동료 포로들을 구해달라"고. 아무도 귀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방송에도 여러번 출연하고 인터뷰도 숱하게 했다. 북한인권 대사도 만나 하소연을했다. 메아리마저 들리지 않았지만, 어르신은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오늘 새벽 하늘나라로 떠가셨다.
강00 어르신.
생전에 연명치료도 거부하시고, 오늘 새벽에 떠나신 강희열 어르신. 어르신이 그토록 원하셨던 아오지 탄광에 억류 중인 동료 포로를 한 분도 모셔오지 못 한 채 이승을 떠나시던 그 발걸음이 천근만근,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영정으로도 어르신을 뵐 면목이 없다. 염치가 없다. 이 한 恨을 무엇으로, 어찌 풀어드릴 수 있을까? 남아계신 6분의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을 잘 모시겠다는 다짐도 드릴 자신이 없다.
요즘은 국회에서 국군포로송환촉구 결의안도 나오질 않는다. 국군포로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대한민국을 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자유를 돈으로 살 수는 없어도, 사람을 석방하는 댓가로 돈은 지불할 수는 있건만, 왜 우리는 프라이카우프 Freikauf 도 못 하는지.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우리는 시대의 죄인이다.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 SNS게재물 캡쳐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의 게재글에 남겨진 댓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희열 어르신의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의 역사이며, 조국을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64년의 포로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떠나시던 날 어머님의 눈물 때문이었다는 말씀에 가슴이 저립니다. 목숨 걸고 탈북하신 후에도 동료 포로를 위해 외치셨지만, 국가는 끝내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어르신의 유언조차 지키지 못한 현실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시대의 죄인입니다. 남아계신 분들만이라도 끝까지 지켜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늘에서는 고통 없이 편히 쉬시길 기도드립니다. 어르신은 영원한 영웅이십니다. (김0태)' ◀'이런소식 접할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그러네요. 강희열 어르신 감사했습니다. 고생 많이하셨어요. 부디 천국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Hee. Oh)' ◀'올리는 사연마다 가슴 먹먹하고, 숨멎게 하고, 눈물나게 하네요. (이0원) ' 라며 강희열 어르신의 별세와 관련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seo@dailyngonews.com